2025년 여름, 한반도는 이례적인 폭염 속에 있습니다. 연일 기온은 치솟고, 달력의 숫자만 지워지면 더위도 덜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여름은 여름다워야 한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이왕이면 피하지 않고, 제대로 즐겨보시는건 어떨까요?
그렇게 찾은 여행지가 바로 경주입니다. 흔히 봄과 가을의 고즈넉한 여행지로만 기억되는 경주는, 사실 여름에도 매력이 가득한 곳입니다. 시원한 계곡과 청량한 숲, 호수 위의 로맨틱한 체험, 웰니스 힐링 장소와 여름에 딱 맞는 시원한 음식까지. 여름의 한가운데서, 더운 숨을 잠시 고를 수 있는 장소들이 경주에 숨어 있습니다.
8월의 경주는 그 어느때보다 뜨겁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곳이니 가족, 연인, 친구, 혹은 혼자 떠나도 좋은 여정이 되실거예요.
야경과 축제가 살아있는 여름밤의 경주
경주의 진짜 매력은 낮보다는 밤에 더 빛납니다. 하루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노을이 퍼지기 시작하면 경주의 여러 명소들이 조명과 함께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먼저 추천드리고 싶은 장소는 동궁과 월지입니다. 신라시대 왕의 별궁이었던 이곳은 현재 연못과 복원된 전각들로 꾸며져 있는데, 밤이 되면 조명이 연못 위에 반사되어 마치 꿈결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고요한 물결 위로 비치는 건물의 실루엣은,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월정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야경 명소입니다. 남천 위에 재현된 고대 신라 양식의 목교는, 해가 진 후 조명이 켜지면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주 시내의 밤 풍경은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황리단길과 가까워 야경 후 가벼운 맥주 한 잔이나 야식도 곁들이기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 경주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열립니다. 보문단지에서는 야외 문화공연, 동부사적지 일대에서는 버스킹과 야시장,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실내 공연과 미술 전시회가 진행됩니다.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치는 지역 공연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되어 줍니다.
물과 숲, 그리고 호수 위의 시원한 힐링 여행
더위를 피하려면 자연을 찾아야 합니다. 경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진짜 시원하고 조용한 계곡과 폭포가 존재합니다.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면, 계곡물소리와 숲향기가 가득한 피서지가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먼저 소개드릴 곳은 양남면 상계폭포입니다. 경주의 동남쪽, 해안과 가까운 양남면에 위치한 이 폭포는 '청수폭포'라는 별칭처럼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하기로 유명합니다. 덱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폭포 아래까지 갈 수 있으며, 폭포 옆의 얕은 계곡은 아이들이 놀기에도 적당합니다. 오렌지색 출렁다리는 숲속 풍경과 잘 어우러지며, 독특한 사진 포인트가 되어줍니다. 다만, 인프라가 거의 없는 자연형 관광지이므로 안전과 청결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추천지는 동창천 청룡폭포입니다. 경주 산내면의 동창천은 야영과 물놀이가 가능한 인기 계곡으로, 청룡폭포는 인공적으로 조성되었지만 매우 시원한 수량을 자랑합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마을에서 안전요원을 배치하며, 주변에 편의점, 식당, 주차장도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적합합니다. 최근에는 차량 진입이 제한되고 도보 이동으로 변경되었지만,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 위에서 이색적인 체험을 하고 싶으시다면 보문호의 ‘문보트’를 추천드립니다. 초승달 모양의 전동 보트는 해질 무렵 탑승하면 조명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물 위에서 바라보는 보문호의 일몰은 커플에게 특히 추천드리고 싶은 장면입니다.
자연 속 깊이 들어가고 싶으시다면 국민힐링파크의 카누 체험도 좋습니다. 숲 속 개울 위에서 조용히 노를 저으며, 물소리와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힐링하는 시간. 사진도 아름답게 나와 SNS용 콘텐츠로도 제격입니다.
감성 충만한 스폿, 맛있는 여름 미식 그리고 휴식
더위를 식히는 방법에는 그늘, 물,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경주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도시입니다.
먼저 소개드릴 포토스폿은 ‘서출지’입니다. 신라의 전설이 깃든 이 작은 연못은 연꽃이 만개하는 7월~8월에 가장 아름답습니다. 주변의 배롱나무는 진한 핑크빛 꽃을 피워, 연못과 함께 동양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늦은 오후 산책하거나, 새벽녘에 찾는다면 사람 없이 한적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통일전’은 신라 삼국통일의 정신을 기리는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경내에는 무열왕, 문무왕, 김유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고, 주변 회랑에서는 역사적 기록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의 정원은 여름에도 잘 가꿔져 있어 조용히 걷기 좋으며, 사진 찍기에도 탁월한 장소입니다.
경주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음식입니다. 더위에 지친 몸과 입맛을 살려줄 대표 여름 별미는 단연 ‘고향밀면’입니다. 3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우 육수에 쫄깃한 수제 면발이 어우러진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육수 맛은 진하지만 깔끔하고, 비빔밀면도 매콤새콤해 젓가락질이 멈추지 않습니다.
‘황남칼국수’의 여름 별미는 바로 콩국수입니다. 곱게 갈아낸 진한 콩물은 고소하면서도 시원하여 한 입 먹는 순간 무더위가 사라지는 듯합니다. 함께 곁들이는 부추전, 고기만두 등도 여행자의 허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합니다.
디저트로는 감성 가득한 베이커리 카페를 추천드립니다. ‘브레스 커피웍스’는 다양한 크루아상으로 유명하며, 아름다운 건축과 인공 연못이 어우러져 인생샷을 남기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룸펜’은 미트파이 전문점으로, 빈티지한 분위기와 LP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감성 카페입니다. 경주의 중심지에서 가볍게 들러도 좋고, 여행의 마무리 장소로도 훌륭합니다.
결론: 경주의 여름, 지금 떠나도 좋습니다
여름은 덥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계절일 수도 있지만, 경주는 그런 여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시입니다. 물소리가 귀를 간질이는 계곡,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펼쳐지는 야경, 시원한 밀면 한 그릇, 그리고 연꽃이 피어난 조용한 정원까지.
경주는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그 풍경이 달라지는 여행지입니다.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에도,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혹은 혼자만의 시간에 힐링을 누리기에도 최적의 장소입니다.
올여름, 그저 더위를 참지 말고 경주로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여름 한 페이지가 되어드릴 것입니다.